장애인에게 꽃꽂이를 가르치는 하윤재씨 > 보도자료


-
HOME > 나누고픈이야기 > 보도자료 보도자료
보도자료 목록

장애인에게 꽃꽂이를 가르치는 하윤재씨 작성일2011.03.30 13:15

페이지 정보

문희정
조회수 745 댓글0

본문

사랑과 희망의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네 편이 되어 줄게
 



 "IMF때 밑바닥 생활을 했어요. 신랑이 사업에 실패한 데다 건강까지 악화되어 8년간 누워 있었죠. 결국 하늘나라에 가셨지만요. 아이들도 한창 공부할 시기였는데 하루아침에 빚더미에 앉아 뒷수습을 해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까지 떠나더라고요. 그때 내 손을 잡아 준 친구가 있었어요. 물질적 도움이 아니더라도 등 다독여 주며 위로의 말 한마디 해 주는 내 편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되더라고요."



 
 그때부터다.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의 편이 되어 주기로 마음먹은 것이. 배운 것이 꽃꽂이였고, 꽃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마술 같은 힘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꽃꽂이 봉사를 시작했다.

 처음엔 강사료만 받지 않는 그야말로 재능 기부였지만 자녀들이 모두 학업을 마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약간의 여유가 생긴 요즘은 꽃도 직접 구입해 봉사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해 외출이 불편한 장애인 가정을 방문해 꽃꽂이 교실을 진행하고 일 년에 두세 번은 산, 공원, 바닷가로 나들이도 간다. 감사하게도 올해부터는 인천 중구장애인복지관에서 장소와 차량 지원을 해 주고 있어 수월하게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꽃꽂이 교육이 아니라 통합교육이네
 



 매주 수요일은 꽃꽂이 교실이 열리는 날이다. 10여 명의 장애인들이 하나둘 도착하는 사이 그녀는 새벽 꽃시장에서 사 온 장미꽃과 편백, 그리고 소국을 펼쳐놓는다, 그리고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꽃 다듬기가 아닌 경쾌한 가요 '짠짜라'에 맞춰 몸 풀기부터 시작한다. 지적장애와 지체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운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그녀의 사려 깊은 센스다. 온몸 근육이 이완작용을 하는 사이 마음의 문도 열린 장애인 회원들에게 오늘 꽃꽂이의 주인공들을 소개한다.
 



 "인천을 대표하는 꽃이 뭔지 아세요? 바로 장미꽃이에요. 장미는 빨간색만 있다고 생각하는데 분홍색도 있답니다. 오늘은 이 두 가지 색이 모두 들어 있는 장미예요. 또 봄이면 생각나는 색이 뭐예요? 그래요. 화기(꽃 담는 그릇)는 개나리꽃을 닮은 노란색을 준비했지요."
 



 그동안 색상 교육이 부족했다고 생각한 그녀는 틈틈이 색깔 구분도 강조한다. 그 다음은 가장 고난이도인 장미의 가시 떼어내기. 떼어내는 건 쉬워도 자칫 집중하지 않으면 찔리기 십상.
 



 "가시를 떼어내면 인내심이 길러져요.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장미 가시를 다듬는 사람이래요."
 



 사실 미리 가지치기를 하면그만이지만 집중력과 인내심을 길러 주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보자며 이 과정 역시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녀와 몇 년을 함께한 회원들이라 그런지 장미 가시 다루는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장미와 소국을 알맞은 크기로 가지를 치고 잎을 떼어낸 뒤 화기에 담긴 오아시스 위에 보기 좋게 꽂는다. 그리고 편백으로 가장자리를 두르면 작품이 완성된다.



 
 "꽃을 많이 만지면 수지침 효과가 있어요. 그리고 편백은 만지면 만질수록 향이 진하게 납니다. 손으로 비비면서 맡아 보세요. 노화방지에 좋고, 혈액순환도 잘됩니다."
 



 몇 분도 안 되어 강의실 안이 편백 향으로 가득해졌다. 그리고 그녀는 편백을 화기에 꽂으며 '우리'라는 공동체에 대해서 회원들에게 강조한다.



 "노란 해바라기와 보라색 나팔꽃이 있었어요. 나팔꽃이 하루는 높이 올라가 세상을 보고 싶어서 해바라기에게 부탁을 했어요. 모든 해바라기가 거절을 했는데 한 해바라기만 자신을 올라타고 세상을 구경해 보라고 허락을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태풍이 불어와 다른 해바라기는 모두 쓰러졌는데 나팔꽃으로 감싸 안은 해바라기만 살아남았어요. 서로 꽁꽁 묶어 의지했기 때문이에요. 우리도 이렇게 서로 마음끼리 모으고 의지하면 어려움을 이겨 낼 수 있어요. 아셨죠?"
 



원예치료는 마음 보듬기
 



 꽃꽂이를 하면서 연신 엄마에게 "이거 해 봐라, 저거 해 봐라"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는 이연옥 씨는 몇 년 전만해도 말도 별로 없고, 집 밖을 나서지 않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꽃꽂이 간다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수업시간에도 질문과 대답이 가장 많은 친구다. 먹는 욕심이 많아서 자기 것 다 먹고 남의 것까지 먹어야 직성이 풀렸지만 요즘은 절제를 곧잘 한다. 그래서 살도 많이 빠졌다. 이연옥 씨와 몇 명의 회원은 곧 꽃꽂이 자격증 시험을 볼 예정이다. 그동안 꽃꽂이를 배워 취직이 된 장애인도 있고, 정서장애가 치유된 이들도 많다.

 알록달록 예쁜 꽃바구니가 완성되자 하윤재 씨는 "소녀가 꿈꾸고 있는 모습 같다"며 칭찬을 한다. 그리고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이번 어버이날 꽃바구니를 만들어 동인천역에서 띠 두르고 판매합시다. 그래서 그 수익금으로 예쁜 꽃 많이 사서 꽃꽂이 하는 거예요!"
 



 '나의 살던 고향은' 동요에 맞춰 손바닥·손등·주먹 마주치기를 반복하는 손 율동으로 마무리 체조를 한다. 손바닥 박수는 내장, 손등 박수는 허리, 주먹 박수는 치매 예방에 좋기 때문이다. 수업을 마치면 주변 정리도 회원 스스로 해 책임감까지 심어 주는 그녀의 수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허투루 하는 것이 없다.

 한편, 15년째 연수문화원에서 꽃꽂이반을 지도하고 있는 그녀는 '코스모스회'라는 봉사동아리를 만들어 지역아동센터, 사할린복지회관 등 소외이웃을 찾아가 꽃꽂이 무료 교육을 하고 있다. 꽃꽂이로 원예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신한 그녀는 욕심을 내어 웃음치료, 레크리에이션, 노인운동체조 강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수업보다는 '마음열기'가 우선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원예치료는 곧 마음치료예요. 마음이 치료되니 자연스럽게 다른 부분도 하나씩 해결되는 거 같아요."
 



 자신 스스로도 남편의 긴 병수발에서 꽃이 있어 이겨 낼 수 있었다고, 그래서 꽃이란 남편이고 애인이고 모든 것이라고 말하는 그려는 꽃만 있으면 누구나 한마음이 된다고 말했다. 그녀에겐 작은 꿈이 있다. 마당 있는 작은 집에1층은 꽃 갤러리 겸 카페로, 2층은 꽃꽂이 교육장으로 만들어 장애인에게 꽃꽂이를 지도해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다.

 생일, 입학과 졸업, 사랑 고백과 결혼, 그리고 생의 마지막까지 인생의 희로애락의 순간에 언제나 함께하는 동반자 '꽃', 그 꽃에 예술을 입혀 나눔과 사랑의 향기를 뿜어내는 그녀는 분명 '꽃의 요정'이 틀림없다.
 
글 공지애 l 사진 민영선

개인정보처리방침 ㅣ 사이트맵

본 홈페이지는 웹접근성기준을 준수하여 시각장애인을 위한 센스리더 프로그램을 활용하시기에 적합하도록 제작되었습니다.
우)22334 인천광역시 중구 매소홀로 10(신흥동 3가 30-17번지) E-mail : jgwelfare@daum.net

Copyright ©인천시중구장애인종합복지관 All right reserved. Designed by 미르웹에이전시

032-880-2400
FAX.032-891-0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