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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택지가 될 수 없는 부실한 통합교육



2008년 제정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하 특수교육법)이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이전까지 강조되지 않던 ‘통합교육’에 무게가 실리면서, 이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진 점이 큰 변화 중 하나다. 매년 교육부가 제공하는 ‘특수교육 연차보고서’를 통해서도 지난 10년간 통합교육 대상자의 숫자가 눈에 띄게 증가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통합교육의 이러한 양적 성장과 비견해 질적 성과 역시 충분했는지에 대해 장애계 및 특수교육 전문가 상당수의 반응은 다소 회의적이다. 2017년, 대한민국의 통합교육은 과연 어디에 와 있을까.

 

특수학교냐, 통합교육이냐

 

 

“아이를 특수학교에 보낼 것인가, 일반학교에 보낼 것인가” 장애 아동을 둔 부모라면 이런 고민과 마주한다. 특수교육법 전면 개정 이후 사회적으로도 통합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선뜻 일반학교에 보내기에 걸리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학업의 부담이 적고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형성되기 전인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만 해도 통합교육이 비교적 잘 이뤄지는 편이지만, 그 이상이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학생들은 내적 성장을 거치면서 타인을 바라보는 나름의 사회적 기준을 갖고, 여기에 입시 위주의 교육이 진행되면서 일반학교 내 장애 학생은 더 소외되기 쉽다.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던 장애 학생이 결국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면 특수학교로 전학을 가야 하는데, 특수학교 수마저 부족해 특히 중고등학교 시기에 전학갈 수 있는 특수학교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입학경쟁이 그리 심하지 않은 학령기부터 특수학교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부모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김용진 특수교육학 박사는 특수교육을 둘러싼 국내의 여러 환경적 제약들이 부모들의 이러한 고민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합교육이 무조건 모든 장애 학생에게 적절한 교육방식이라 말할 수는 없다. 학교별 커리큘럼 및 지원 내용, 아이의 상태, 통학 거리와 같은 현실적 조건까지도 고려해 아이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교육방법을 적절히 선택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 학부모들에게는 무엇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국내 대다수의 장애 학생 부모는 이러한 정보를 주변 지인 또는 인터넷에서 얻고 있는 실정으로, 이렇게 얻은 정보들은 전문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 만약 통합교육에 부정적 경험이 있는 지인에게 정보를 얻게 될 경우 통합교육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갖기란 어렵다. 여기에 국내 통합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통합교육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부정적인 인식은 더 강해지고 있다. 결국 막연한 기대만으로 통합교육을 선택했다가 실망하고 특수학교로 돌아가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이숙향 특수교육학과 교수 역시 장애 아동의 교육에 있어 학부모의 선택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통합교육 시스템을 꼽았다. “한번 통합교육에 실망한 학부모는 간혹 통합교육 자체가 좋은 교육방식이 아니라고 오해한다. 특수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편이 더 적절한 학생의 경우도 분명 있지만, 이러한 오해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 즉 통합교육에 적합한 학생들까지도 특수학교로 떠미는 결과를 낳는다. 학교를 선택하는 데 있어 여러 선택사항이 마련돼야만,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쩔 수 없이 특수학교를 선택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 결국 통합교육에 대한 지금의 부정적인 인식들은 통합교육이라는 선택사항이 온전히 기능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통합교육이 왜 이런 성과밖에 가져오지 못했는지, 질적으로 어떤 요소를 놓쳤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학교만 같으면 다 통합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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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특수교육법이 제정됨에 따라 장애 학생 장애의 정도와 유형에 관계없이 비장애 학생과 동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특수교육법상 ‘통합교육’이란 특수교육 대상자가 일반학교에서 또래와 함께 개개인의 교육적 욕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으로 정의된다. 국내 통합교육 유형은 △자료중심 통합교육 △협력학급방식 △순회학급방식 △고정학급방식 등의 네 가지로 존재하는데, 통합반이라고도 불리는 원반과 특수반을 동시에 두어 특정 교과목 시간에 따라 부분적으로 학생의 분리가 이뤄지는 협력학급방식이 가장 일반적이다. 기본적으로는 초등 및 중학교를 기준으로 특수교육 대상 재학생 6명당 하나의 특수학급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2016년 ‘특수교육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특수학교 수는 2008년 149개에서 2016년 170개로 소폭 증가한 반면, 2008년 6,352개였던 특수학급 수는 2016년 10,065개로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장애계 및 특수교육 전문가 대부분은 이러한 통합교육의 양적 성장만을 보고 통합교육이 적절히 이뤄지고 있다 말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사단법인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 박용연 감사는 이 평가에 대해 국내 통합교육이 물리적인 통합만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국내 통합교육은 장소를 기준으로 정의된다. 한 학교에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 있으면 통합교육, 그게 아니면 분리교육이 되는 것이다. 이것을 진정한 통합교육으로 보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그 학생이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교육을 받느냐인데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숙향 교수는 성공적인 통합교육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면서 국내 통합교육의 한계를 꼬집었다. “통합교육은 일련의 단계에 따라 발전해왔다. 그 첫 번째는 시간과 장소의 물리적 통합이다. 다음으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교육과정적 통합까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 세 단계가 모두 충족돼야 진정한 통합교육이라 할 수 있다. 장애 학생의 개별적인 필요를 고려한 적절한 지원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통합교육은 물리적 통합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반학교에 통합된 장애 학생들이 통합학급에서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래관계에 어려움을 경험하거나 수업활동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있다.”

 

교사 인력 충원이 우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수교육 전문가들은 우선적으로 충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무엇보다 물리적 통합을 넘어서 진정한 통합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틀 마련을 위해서는 특수교사뿐만 아니라 일반교사의 인력도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숙향 교수는 “교육현장에서 시시각각 발생하는 다양한 일들과 사례들을 특수교사 1인이 책임지고 대처하기는 어렵다”면서, “이때 중요한 것이 특수교사와 일반교사의 협력체계”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교사 인력이 부족해 적절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숙향 교수의 설명이다. “학생과 일선에서 대면하는 교사의 역할이 통합교육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실제로 통합교육이 잘 운영되고 있는 학교의 사례를 관찰해보면 교사 간의 협력이 잘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특수교사 한 사람이 책임져야 할 일들이 많을 뿐더러 일반교사 역시 장애 학생 외에도 신경 써야 하는 학급 학생 수가 많아 많은 부담을 안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충분한 대화를 통해 협력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는 실정이다.”


김용진 박사 역시 하나의 통합학급당 적어도 2명 이상의 교사가 배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이것은 단순히 교사 인원의 확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2인 이상의 교사가 협력을 통해 여러 시각에서 모든 학생들의 다양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개인별 특성과 욕구에 맞는 적절한 교육이 가능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이 같은 개별화 교육은 비단 장애 학생들만을 위해 필요한 교육방법이 아니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반드시 특수교육 대상자가 아니더라도 학생 개인이 가지고 있는 욕구나 흥미, 학업 성취도 등은 얼마든지 다양하기 때문이다. 경기특수교사회의 박재영 특수교사는 “특수교육 대상자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들에게 개별적 관심과 그에 따른 적절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 개선돼야 할 지점들


이숙향 교수는 교사의 전문성 확보 역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사범대에서는 예비 일반교사들이 특수교육 관련 과목을 한 과목 필수로 듣게 돼 있다. 그것만으로는 현장에 나와 통합학급을 맡게 됐을 때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일반교사를 대상으로도 특수교육이 확대돼 일반교사도 얼마든지 장애 학생에 대한 이해와 담임으로서의 책임을 갖췄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 나아가 예비 일반교사와 예비 특수교사가 현장실습 과정에서 협력 지도안을 짜볼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교사의 인력 충원과, 전문성 제고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한편에서는 통합교육의 성패가 교사 역량에 따른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에 대한 구조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어떤 교사가 그 학교에 재직하느냐에 따라 통합교육의 질적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박재영 교사에 따르면 실제로 학교별로 통합교육의 질적 차이가 나타나고 있어 역량 있는 특수교사 또는 일반교사가 전근을 갈 경우 부모가 겪는 불안감이 상당하다. 때문에 언제 어떤 교사가 특수학급 또는 통합학급을 맡게 되더라도 일정 수준을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애·비장애 학생 모두를 위한 통합교육 이뤄져야


국내 통합교육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통합교육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마냥 비관적이지 않다. 풀어야 할 숙제가 많고 아직 가야 할 길도 멀지만, 지난 과거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많은 발전이 있다는 것이다. 이숙향 교수는 통합교육 현장에서 “통합교육의 진보를 위해 사회적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지만, 과거에 비해 가장 좋아진 것 역시 인식”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동두천의 한 일반학교에 재직 중인 박재영 특수교사 역시 이를 체감하고 있다. “과거에는 통합학급의 담임 선생님이 장애 아동을 자기반 학생으로 인정하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특수교사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그 변화를 느끼게 된다. 한번은 통합학급의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우리 OO(특수교육대상 학생)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죠. 항상 OO를 위해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쪽지를 받은 일이 있다. 교직생활 21년 만에 처음으로 그런 선생님을 만났다. 이 외에도 장애 학생의 긍정적 행동 지원을 위한 연수에도 함께 참여하는 등 담임으로서 장애 학생에 대한 책임감을 갖는 일반교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통합교육의 핵심은 학생 개별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통합교육의 영역은 장애 학생을 떠나 출신, 인종, 종교가 다른 소수자를, 더 나아가 모든 학생을 포함할 수 있다. 이 점에서 통합교육은 우리 모두를 위한 교육이자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김용진 박사는 설명한다. “독일 베를린의 한 공립학교가 1970년도 처음으로 통합교육을 시도했을 때 수많은 반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학교의 모든 학급에서 통합교육이 이뤄지고 있을 만큼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 학교에는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학생부터 몸을 가누기 어려운 학생까지 등교하고 있다. 1970년 당시 베를린 주민들이 반대했을 때의 논리가 지금 한국사회의 논리와 거의 같다. 베를린의 학교에서는 학교 관리자, 교사, 부모, 행정가,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대화하고 합의하는 노력의 과정들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통합교육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공감 그리고 노력이다. 통합교육의 가치와 필요성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하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통합교육은 진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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